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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포일러 해석 리뷰

gastbynote 2023. 1. 27. 16:03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이다.

 

 

 

잘 만들었다. 참신하다. 휙휙 돌아가는 장면들, 정신없을 지경이다.

내 경우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인지 영화 초반부부터 산만하기 짝이 없기도 했다.

 

이동진의 '맥시멀리즘 영화다.'라는 평이 정확하다.

갖가지 상상력의 재료들을 다 때려 넣고,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향해 거두어낸다.

완성도 높은 영화다. 

 

원래는 주인공을 배우 '성룡'을 염두해두었다고 한다. 불발되어 캐스팅된 것이 양자경.

나이스 캐스팅이다. 뭔가.. 성룡이면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리고 양자경의 연기가 좋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라타쿠니' 같은 유머가 좋았다. 같이 본 사람이랑 깔깔 웃었다.

혼돈의 장면들을 거듭하다가 나오는 '돌' 장면도 인상적이고 좋았다.

 

다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주제나 그런 결말을 향해 이끌어나가는 서사과정은

내 영화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라면 그런 부분은 아마 조금 참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보니 좀 감동적이긴 하다.

 

 

상상력이 폭죽처럼 터진다. 정신 없을만큼.

 

 

평범하고 힘겨운 삶, 그리고 멀티버스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미국에서 이민을 와 세탁소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중국인이다. 탈세 혐의로 자칫하면 세탁소가 압류당할 수도 있다. 자신은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지만 남편은 걱정 이란건 없이 사는 것만 같다. 세탁물에 '눈깔'이나 붙이고 세금 감사원에게 '쿠키'나 가져다준다. 이혼 서류까지 준비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남편. 그리고 딸과의 사이도 좋지 않다. 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 않았다. 그녀는 딸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추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TV에 나오는 배우들의 장면을 동경하며 잠시 빠져들지만, 금세 자신이 놓인 볼품없는 현실로 돌아온다.

 

 

세금 조사를 위해 국세청에 도착한다. 갑자기 다른 차원에서 온 웨이먼드가 그녀에게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린다. 수천 수만개의 우주에 또 다른 자신이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이 우주의 그녀가 모든 우주를 위협하는 빌런 '조부 투바키'를 막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영화는 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인형 눈깔은 왜 붙이는 걸까? 베이글은 또 무슨 의미일까? (스포일러 해석)

 

영화 속 멀티버스는 '선택'으로 인해 생겨난다는 설정이다. 그중 현재 에블린이 있는 우주는 최악의 선택을 거듭한 에블린의 우주이다. 그 덕분에 역설적으로 에블린은 '더 이상 바닥을 찍을 곳이 없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많은 존재가 되고, 점프를 통해 조부 투바키와 대적 가능한 존재가 된다. 그러던 중 '버스 점프'를 통해 에블린은 다른 우주 속 자신의 모습을 본다. 남편과 결혼하지 않고 무술영화로 슈퍼스타가 된 에블린의 차원을 보고 에블린은 '남편이 이 모습을 봐야 하는데'하며 그 속에 머무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영화 초반, 국세청 직원은 노래방 기계가 왜 세탁소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영수증에 동그라미칠을 한다.

이 동그라미는 이후에 등장하는 베이글의 모습과 유사하다. 

 

우주를 넘나들며 모든 경험을 한 뒤, 공허와 허무를 깨달은 조부 투바키는 세상 모든 것을 올려둔 '베이글'을 만들었다.

그 베이글은 삶이라는 쳇바퀴가 없는 허무한 '무'로 돌아가는, 영원한 끝으로 가는 블랙홀과 같다. 

 

 

조부 투바키와 대적하면서 에블린은 모든 차원을 경험할 수 있어진다. 그러나 완벽히 만족스러운 우주는 없었다. 조부 투바키처럼 '아무것도 부질없다'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조부 투바키는 자신과 똑같이 느끼는 에블린에게 함께 베이글 속으로 가버리자고 한다. 모든 것을 경험해 본 에블린은 부질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세상에 대해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에블린은 자신의 남편 웨이먼드를 해치기도 한다.

 

 

그러나 웨이먼드는 그저 에블린에게 "친절해지자"라고 설득한다. 다른 우주의 성공한 사업가 웨이먼드도 에블린에게 "그게 내가 싸우는 방식이야. 부드러움은 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야." "다른 생에는 당신과 세탁이나 하고 세금을 내며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에 에블린은 감응하면서 베이글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 남편 웨이먼드는 인형 눈깔(google eye)을 세탁물에 장난으로 붙여두고는 '행복해하잖아' 얘기한다. 에블린은 'No more google eyes!'라며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인형 눈깔은 시각적으로 알파버스 공격자들의 이마에 붙은 (베이글을 상징하는) 검은색 동그라미와 반대된다. 에블린은 자기 이마에 박힌 총알을 인형 눈깔로 바꾸어 자기 이마에다 붙인다.

 

 

베이글이 '허무주의'를 뜻한다면, 이에 대적하는 인형눈깔은 '다정함'을 의미한다.

 

"다정하게 싸우는 법을 익히는 중이야"

 

그녀는 싸워서 이기는 방식이 아니라

타인의 결핍을 헤아리고 다정하게 안아주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삶의 허무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당신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좀 더 다정해지는 것
그 다정함이 결코 당신의 세상을 구원해주지 못할지라도